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임명과 관련하여 교육의 공정성에 관한 대화가 활발해진 지 2개월이 지났습니다. 그동안의 여론조사를 보면, 우리 사회는 수시 전형, 특히 학생부 종합 전형이 그 도입 의도와는 다르게 악용되어온 사실이 있다는 데 어느 정도 합의를 이룬 것으로 보입니다. 국회에서는 이런 여론에 부응하여 국회의원, 정치인, 고위 공무원 등의 사회 지도층의 자녀가 입시 과정에서 부당한 이득을 취하지 않았는지 전수조사를 하겠다는 법안이 발의되기도 하였습니다. 입시가 우리 사회의 계층 이동의 사다리로서 큰 역할을 해왔기에 이 과정을 투명하고 공정하게 하고자 하는 여론에 대해서는 큰 이견이 있지는 않습니다.
다만, 이런 입시의 공정화 과정이 ‘교육의 공정성 제고’라는 외피를 쓰고 끊임없이 호출되는 상황은 매우 불편합니다. 대학 입시 문제는 상위 소수, 많아야 20%의 학생들이 대학을 가는 방식을 어떻게 하느냐를 따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교육은 부유층만의 것이 아닙니다. 가르쳐서 더 나은 삶을 살게 하는 것을 교육의 목적이라고 한다면 우리는 사실 입시의 공정성에 천착할 것이 아니라, 입시의 공정성을 논의하느라 끊임없이 배제되어온 그 아래 80%의 삶에 대해서 다루어야 합니다. 여기서 몇몇 청년들의 삶을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특성화고(마이스터고, 실업계고 등)를 다니는 예비 청년들이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입시에 대한 룰을 따질 때 우리 사회는 매번 이런 시민들을 빼놓곤 합니다. 재학 과정에서의 산업체 실습 과정에서 산업재해로 사망하는 사례가 간간히 언론에 실리곤 합니다만, 우리 사회는 안타깝게도 여기에 대하여 큰 주의를 두지 않았습니다. 그런 위험한 과정을 거쳐서 졸업 후 산업현장의 역군으로 일하는 사람들이 대학에 가게 되면, 실무자가 실제 현장에서 봐온 현실보다 훨씬 뒤떨어지는 이론을 가르쳐 오히려 경쟁력을 저하시키는 희극 같은 상황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런 상황도 관심을 갖는 사람에게나 겨우 보이는 것입니다. 대한민국의 표준 교육은 인문계고-대학 진학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인문계고를 거쳐 대학에 진학 했지만 여전히 80%에 속하지 않는 사람들은 어떨까요? 2014년 이전이라면 재정지원제한대학 혹은 경영부실대학, 그 이후라면 대학구조개혁평가 기준 D+등급 이하 학교에 진학하는 학생들이 그런 경우에 속합니다. 이들은 대학이 제한을 받기에 훨씬 경제적 부담을 짊어지고, 대학 생활을 무사히 마치고 졸업에 이르는 비율이 낮습니다. 구조조정 대상인 대학에도 회생의 기회를 남겨두기 때문일 것이나, 좀비처럼 살아남아 재정지원만 축내는 대학들이 남아있는 그 자체만으로 선량한 예비 청년들이 피해자가 되는 것입니다. 지금보다 훨씬 과감한 정부 컨설팅과 폐교 조치 등이 뒤따라야 합니다.
그 외, 교육의 과정에 부적응 하는 예비 청년들, 대학에 진학하지 않는 청년 등등, 교육의 공정 성을 이야기할 때 당연히 살펴봐야하는 많은 중요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들이 80%에 이름에도 20%만의 문제인 입시의 문제를 교육 문제의 전체인 것처럼 보는 것은 매우 부적절 합니다.
현재는 사회적 논란에 휩쓸려버린 상황이지만, 이런 상황을 해결하고자 하는 청년 당사자들의 흐름이 분명히 존재합니다. 대통령직속 국가교육회의 청년특별위원회의에 주목하고자 합니다. 더 많은 사람들의 더 나은 삶을 위해 학제 개편을 말하고, 공정한 교육이 결국 능력주의사회라는 환상에서 오는 것이며 이것을 깨부수고자 하는 청년 당사자들의 목소리가 있습니다. 현재는 태풍에 휩쓸려 관심의 구석에 소외되어있지만, 입시의 공정성 문제 이상으로 소중한 이 문제가 계속될 사회적 대화를 통해 결국 주요한 의제로 다루어 질 날을 기대해봅니다.
-이종찬 <청년을지로>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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