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가 힘들면 환자도 위험합니다.”
매주 목요일 오후 3시 30분쯤이면 서울아산병원 근처 곳곳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다. 이 병원의 박선욱 간호사가 소위 태움이라고 불리는 직장 내 괴롭힘에 의해 2018년 스스로 목숨을 끊었기 때문이다. 2018년 사건 당시 많은 언론사가 해당 문제를 다뤘기 때문에 간호사 태움 문제가 이슈가 되었다. 태움으로 사망하는 간호사가 나오는 것은 요즘 일이 아니다. 언론에 태움으로 인한 사망 사례가 최초로 언급된 것은 08년이다. 그 이전 그리고 이후로도 기사화되지 않은 간호사들의 죽음이 있었을 것이다. 몇 년간 인생의 업으로 공부하고 준비해온 간호사로서의 삶을 포기하고 다른 삶을 찾는 자는 그보다 훨씬 많았을 것이다. 우리 사회는 간호사를 무의식적으로 혹은 당연히 착취해온 것이다.
그럼에도 박선욱 간호사의 이름이 매주 서울아산병원 주변을 맴도는 것은 더는 그렇게 살 수 없다는 간호사들의 간절함 때문이다. 매주 목요일마다 있는 선전전에 참여하는 간호사들의 경력엔 큰 병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모든 규모의 병원에서 간호사들은 과중한 업무를 떠맡고 있다. 뉴스에 따르면 요양병원에서는 간호사들에게 의사만 할 수 있는 업무인 사망진단서 작성까지 떠민다고도 한다. 간호사에게 교도소 담장 위를 걷는 업무까지 시키는 것이다.
다행히 행정부와 입법부 측에서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움직임은 있었다. 박선윽 간호사의 죽음은 산업재해로 인정이 되었다. 산업재해는 사례가 중요하기 때문에 앞으로 비슷한 사례에 대해서도 산재 승인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보건복지부에서는 의료인력지원법을 발의, 통과시켜 보건인력 수급의 정부 책임을 늘리고자 하였다. 입법부에서는 김상희 의원과 김세연 의원이 단독 간호사법을 발의하여 의료법 체계에서 간호사를 독립시켜 전문성을 인정하고 다른 법에 흩어져있던 간호사에 대한 내용을 한 법에 모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자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행정부의 시도는 여러 한계가 있다. 산재 인정은 사건 발생을 예방해주지는 않으며 정부 차원의 보건인력 수급은 민간 자본으로 세워진 병원에 대해서 큰 법적 강제력을 가지지 못한다.
이보다 큰 문제는 간호사법에 대한 의협 차원의 조직적 반대다. 간호사가 업무환경에서 사실상 상관인 자들부터 간호사의 처우는 현상유지가 좋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의사만 그러는 것은 아니다. 구조적 이유가 있어도 엄연히 간호사 동료 안에서의 괴롭힘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들의 업무환경은 간호사의 처우 개선을 원하지 않는다. 신규 간호사는 착취의 대상이며 생존은 알아서 책임지는 것이다. 박선욱 간호사의 자살이 산재로 인정된 뒤에도 병원측에서는 사과와 개선대책이 나오지 않고 있다. 결국 이 문제에서 가장 중요한 당사자가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간호사가 언제 또 죽어도 이상하지 않다. 간호사 활동가는 이제 간호사의 자살이 만성적으로, 당연하게 여겨지지 않을까 걱정하기에 이르렀다.
이것은 우리 사회가 청년을 대하는 태도와 똑 닮아있다. 기성세대는 청년의 고통을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며 그들의 열정만 빼먹고자 한다. 동료 청년들도 제 한 몸 건사하기 바쁘기 때문에 뒤처지는 동료는 못 본 체하거나 아예 밟고 올라선다. 청년조례는 분명한 한계가 있으며 청년기본법 제정을 통해 정부가 청년을 책임지게 하려는 움직임도 상임위에 계류되어 막혀있는 상태다. 청년 신입 직장인들에 대해 직장 내 괴롭힘은 만연해 있으며 직장 내 업무 수행중 다치는 것은 산업재해가 아니라 청년의 미숙함 탓으로 치부되어버리곤 한다.
그리하여 더불어민주당 전국청년위 청년을지로분과위원회에서는 매주 꾸준히 故 박선욱 간호사 사망사건 진상규명과 산재인정 및 재발방지를 위한 공동대책위의 선전전에 연대하러 나선다. 간호사 태움 문제는 그 자체가 청년의 문제이기도 하다. 이 문제가 잘 해결되어 모범사례가 되길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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