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의 부동산 대책을 두고 보수 일간지와 경제지를 중심으로 흠 잡기가 한창이다. 시가조차 아닌 공시지가 10억 이상의 주택 소유주가 종부세 납부를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는 기사부터, 대출 규제 강화로 청년의 내 집 마련이 멀어지고 부동산을 통한 계층 상승의 꿈이 짓밟히고 있다는 기사까지 각양각색의 관점에서 부동산의 가격 하락에 반대하는 입장만이 대변되어 왔다. 그렇다면 과연 현실에서 청년의 주거와 삶은 어떠한가?
2019년 9월 서울시 청년 임대주택 모델이 발표되었다. 주어진 전용면적은 5평 남짓. 이를 두고 인터넷에선 거친 찬반양론이 오갔다. 5평은 사람이 살 수 있는 넓이가 아니라는 반대 여론이 한쪽을 차지했고, 5평 원룸에 7만원이라는 임대료라면 천국과도 같은 조건이라는 여론이 반대편을 차지했다. 실제로 1평 쪽방과 1.5평 고시원의 삶을 이어가다 5평 원룸에 셋이 모여 사는 방법을 택해 봤던 내 입장에서는 서울 출신이 아닌 청년들이 서울에 거주하기 위한 조건으로 전용 면적 5평에 발코니까지 딸렸다는 조건은 매우 매력적인 것이었다. 이보다 열악한 1평 2평의 쪽방과 고시원이 넘쳐나고 풀옵션 원룸이 발코니 없이 전용면적 3평이라는 현실이 내 피부에 와닿는 것은 내가 ‘바로 그 청년’이기 때문일까?
결국 중요한 것은 ‘실수요자’인 청년의 목소리다. 프랑스 파리에서는 역시 1평 남짓한 하녀방이 대학생에게 인기를 끌고 있고, 모두가 복지의 선진국이라며 칭송하는 북유럽에서도 3평짜리 소형 주택은 젊은층에게 단연 인기다. 가진 게 없고, 소득도 적으며, 미래 소득도 불충분한 청년들은 당장 대한민국에만 존재하지 않는다. 이것은 좁게는 우리 경제와 사회의 문제이지만 세계적으로는 추세적인 세대 문제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청년 세대에게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은 ‘오늘을 사는’ 것이지 ‘집을 사고’ 그럼으로써 더 넓은 자기 공간을 확보하고, 더 나은 당장의 삶을 만끽하고, 주택 가격 상승으로 인한 미래의 자본을 축적하는 것이 아니다. 꿈은 꿀 수 있으나 그것이 더이상 현실이 아니기에 자연스레 포기하게 된 것이다.
나에게 5평짜리 채광 좋고 발코니 있는 집이란 무한리필 고깃집 같은 존재다. 맛있다고 말해주긴 어려운, 그냥 배 채울 품질의 고기를 무한리필로 먹는 것은 청년이 우둔해서인가? 1++등급 한우 꽃등심의 존재를 모르기 때문인가? 비싸고 질 좋은 고기를 먹을 수 없고 당연히 적절하게 단백질을 섭취할 수단 또한 딱히 없기 때문이다. 물론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낳는다는 ‘정상가족’의 정의에 부합되는 삶의 모습에 5평 원룸은 적절하지 않다. 하지만 우리 청년들은 연애와 결혼이라는 그 ‘정상’으로 환원되는 스타트라인에조차 서지 못한 존재다. 2평 고시원의 삶이라는 창을 통해 바라보면 5평 원룸이 인간의 존엄에 부합하냐는, 지극히 당위적인 질문조차 사치스러워 보인다.
하물며 6억의 예금에 8억의 대출을 끼고 14억의 집을 사는 ‘청년의 이야기’와 부동산으로 계급 상승을 꿈꾼다는 구시대적 이야기가 어떻게 ‘청년의 목소리’로 들리겠는가? 청년 임대주택에 수백에서 천만 원 남짓한 보증금이 존재하기 때문에 국가나 지자체가 보증을 서서 보증금 대출을 알선한다는 ‘정책’은 어떠한 현실을 시사하는가? 절대다수의 청년에게 필요한 목돈은 강남에 아파트를 사기 위한 8억이 아니라 당장 원룸에 입주하기 위한 800만 원이다. 언론이 듣고 국회가 듣고 행정부가 들어야 할 ‘청년의 목소리’는 보다 보다 더 낮은 아래에 있다. 아니 이제는 보수 정당과 보수 언론만 귀를 열고 들으면 다 될 문제일지도 모른다.
- 김환민 <청년을지로>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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