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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을지로

청년기본법 그리고 청년에 대한 국회의 진심을 묻습니다.

20대 국회는 출범 당시 여당이었던 새누리당(현 제1야당 자유한국당)이 자신들의 전통적 지지기반인 장년층-노년층이 아닌 청년층을 대상으로 하는 법안인 청년기본법을 제 1호 법안으로 할 만큼 청년에 대한 관심이 뜨거웠습니다. 결국 지난한 협의과정을 거쳤지만 여야 의원들이 함께 청년기본법안을 만들게 되었고, 그 청년기본법이 상임위까지 통과하게 되어 이제 본회의 처리만을 남겨둔 상태입니다. 이번 국회에서만 3년 이상, 그리고 그 전 국회에 줄기차게 요구되었던 청년 당사자 단체들의 요구에 드디어 법안으로서 응답받게 될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자유한국당이 법안 처리를 위한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4+1 연대에 문제를 제기하며 국회를 멈추기 위해 모든 수단을 강구하는 상황이 되었고, 4+1연대는 우선순위가 높은 핵심 법안부터 처리를 해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자신들의 20대 국회 제 1호 법안의 처리를 막아서는 자유한국당의 모습은 정말 황당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여야 의원 모두 청년기본법안에 반대하지 않는 상황에서 법안 처리가 이렇게 밀리게 된 상황은 어느 한 곳만 잘못했다고 할 순 없을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국회의원 여러분들게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대체 국회의원들은 청년기본법, 그리고 청년에 대해 얼마나 진심이십니까?

청년기본법이 상임위에 오르기도 전이었던 2019년 여름 즈음에, 필자는 국회에서 있었던 청년단체의 주로 대학생을 상대로 하는 대외활동인 청년정치 교육 행사에 참여한 적이 있습니다. 이 행사는 약 4주에 걸쳐 매주 청년들이 우리 사회 현안에 대해 토론하며 의견을 제시하여 서로 합의를 이뤄나가는 동시에 각 당의 원내대표를 불러 약 한 시간 씩 강연을 듣는 구성으로 되어있었습니다. 우선, 모든 정당의 원내대표가 강연에 나서진 못한 점이 아쉬웠습니다. 그나마 강연에 나선 B당, M당, J당 원내대표들의 강연 내용은 정치에 관심을 가지고 국회를 찾은 청년들에게 들려주기엔 너무도 함량 미달이었습니다. 원내대표 Y씨는 시중의 어느 책을 가져다 그 내용을 읽어 그 자리를 찾은 청년들의 기대에 전혀 부응하지 못했습니다. 한 술 더 떠 원내대표 O씨는 청년기본법 처리가 지연되는 이유를 묻자 자신들은 청년기본법에 반대하지 않는다며, 오히려 질문자에게 청년기본법을 읽어는 보았냐는 매우 무례한 반문을 던졌습니다. 청년기본법은 국회의원이 던져주는 시혜적인 법안이 아니라, 엄연히 청년의 목소리에 부응해서 추진되던 법안임을 고려하면 청년기본법을 빨리 처리하라는 뜻이 담긴 질문에 대해서 ‘네가 뭘 몰라서 그러는 거야’라는 식의 답변은 절대 해서는 안 됐습니다.

작금의 국회 상황을 보며, 국회의원 O씨의 발언이 사실 국회의원 전반의 청년 및 청년기본법에 대한 입장이 아닐까 의심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청년기본법에 대해 반대하지 않는단 말은 그냥 청년층에서의 지지가 아쉬워서 하는 말일 뿐, 국회의원 누구도 청년기본법의 처리 지연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으며 처리가 하염없이 밀리는 상황에 유감의 뜻도 나타내지 않고 있습니다. 청년이 미래라고 하면서 미래를 위해 잘 하겠다는게 국회의원의 흔한 레파토리이지만, 사실 청년은 우리 사회의 현재이고, 청년기본법은 현재를 살아가는 청년들의 간절한 요구입니다. 무쟁점 법안, 처리가 급한 법안은 필리버스터 없이 처리가 되는 와중에 기약 없이 지연되는 청년기본법, 이제는 국회의원들이 그동안 던져왔던 공수표를 정산할 시점이 왔습니다.


-이종찬 <청년을지로>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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