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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을지로

계급을 지키려고 떼쓰는 청년 갑들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의 딸과 관련된 몇몇 대학교 집회에 부쳐-


조국 법무부장관의 가족에 대한 의혹이 몇몇 대학가에서 총학생회 주최의 촛불집회로 번지고 있습니다. 고려대학교에 이어 서울대학교, 그리고 몇몇 다른 대학교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고려대학교와 서울대학교는 의혹의 대상자가 다닌 학교, 그리고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가 교수를 했던 학교로서 그리고 사회문제에 대해 깨어 있는 명문 대학생에 대한 기대감으로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 게 아닌가 합니다. 반면 상대적으로 언론의 주목에서 빗겨나있는 경북대학교에서는 이 문제에 대해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에서 그치지 않고 고위 공직자의 자제들에 대한 대대적인 조사, 더 나아가 그들이 악용할 수 있었던 교육정책의 전면 재검토까지 요청했음에도 불구하고 언론들은 대학생의 목소리로서는 서울대와 고려대를 다룰 뿐입니다. 두괄식으로 말해두자면, 이 문제에 있어서는 경북대학교가 서울대, 고려대학교보다 훨씬 뛰어난 명문대학교입니다. 우리 사회가 대학생에게 요구하는 것은 바로 이런 것이어야 합니다.

두 학교의 총학생회는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의 딸에 대한 문제만 제기하고 있습니다. 자신들이 갖춘 학벌의 순혈성을 지키려는 처절한 몸부림입니다. 고려대학교 학생들의 커뮤니티인 고파스에서는 같은 고려대학교 재단의 지방 캠퍼스인 세종캠퍼스에 대한 비하가 가득합니다. ‘조려대(조치원+고려대학교)는 고려대학교가 아니다.’ ‘고려대학교 세종캠퍼스 학생들이 캠퍼스 출신을 밝히지 않는 것은 안암캠퍼스의 학벌에 대한 무임승차, 사기, 미필적 고의다.’ 이런 혐오가 만연해 있습니다. 서울대학교 학생들의 커뮤니티에는 지역균형전형으로 들어온 학생들에 대하여 지균충이라는 비하발언을 서슴없이 사용하곤 했습니다. 그렇게 자신들의 계급성에 천하고 불순한 분자가 유입되려고 하며 고고함을 지켜왔던 대학생들이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의 딸 문제에 와서는 자기들이 못 가진 것을 누린 것 마냥, 자기들은 마치 못 가진 대학생 청춘인 것 마냥 구는 것은 아이러니입니다. 조국 후보자의 입시 방법은 그 세대의 잘 사는 사람들 계급에선 특별할 것 없는 것이었습니다. 고려대학교 학생의 아버지 누군가가 청문회 대상이 된다면 그 학생을 두고도 같은 일이 벌어졌을 가능성이 많습니다. 고등학생이 연구 기회를 얻어 논문을 쓰고 그것을 스펙 삼아 입시에 활용하는 것, 보통 학생들은 꿈도 못 꾼 계급적 특권이었습니다. 서울대학교 총학생회장도 이런 입시 방법(R&E)을 서울대 입시에 사용했다고 의심받고 있습니다. 문제가 된 서울대학교 총학생회장의 논문은 같은 연구, 초록 내용을 여러 명이 논문으로 펴내며 서로 제1저자를 돌려쓴 정황이 있습니다. 거기에 더해 그 논문은 ‘고등학생들을 위한 학술지’에 실렸습니다. 그들 계급 바깥의 사람들은 정말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입니다. 언론이 깨어 있는 지성이라고 포장하는 이 두 학교, 서울대학교와 고려대학교 안암캠퍼스는 재학생의 소득분위를 따지면 ‘국가 장학금 신청자’ 기준으로 9, 10분위가 40%를 넘는다고 합니다. 각 분위의 점유율을 따지면 10분위가 9분위의 두 배 가까이 됩니다. 고 소득분위는 장학금을 신청해도 어차피 못 받기 때문에 신청하지 않는 경우도 있고 소득분위는 하위로 갈수록 늘어나는 구조임을 생각하면, 두 학교의 실제 9,10분위 학생은 70%가 넘을 것입니다. 두 학교는 정말 ‘가진 사람’들의 학교입니다. 그렇게 같은 추가적 기회를 누려왔던 그들이 조국 후보자의 딸을 손가락질하며 자신들이 못 가진 것을 가졌다고 주장합니다. 다 가졌던 사람들, 갑들이 못 가진 자, 을들의 억울함 마저 가지려 하고 있습니다. 이런 악폐를 개선하려면 적극적으로 교육개혁, 사회개혁 정책을 펴야 합니다. 그런 상황에 한 사람에게 돌을 던지고 넘어가자는 것, 그것이 사회가 깨어 있는 지성인 대학생에게 요구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인정받는 대학에서 나오는 청년의 소리가 고작 이정도인 것은 답답한 일입니다. 언론이 그것을 깨어 있는 소리, 공정을 원하는 청년의 소리라고 포장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입니다. 이런 비겁한 대학생이 자연스럽게 생겨난 것은 아닐 것입니다. 그동안 선배들이 쌓아온 사회적 지위에 기대어 소위 명문대학교의 목소리라면 무조건 확성기를 대주어 온 언론 그리고 그것도 의견이라고 들어준 우리들의 책임일 것입니다.


-이종찬 <청년을지로>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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