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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을지로

사회적 경제에서의 청년의 자리




현 정부 들어 특히 사회적 경제에 대한 정부의 의지가 강합니다. 우리 사회가 요구하는 사회적 수요를 관이 모두 파악할 수도, 수용할 수도 없기에 민간 차원에서 이를 해결하도록 장려하는 방향입니다. 혹자는 야당의 극단적 비협조로 인하여 복지 등의 수요를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상황을 우회하는 방법이라고 하기도 하는데, 여기엔 이론의 여지가 있을 수 있습니다. 정부의 지원을 마중물 삼아 이익을 실현해 많은 사람들과 사회를 위해 나눈다면 성공한 경제 정책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그렇지 못하고 정부의 지원에 전적으로 매달린다면 단순히 외주화된 복지정책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정부의 사회적 경제에 대한 정책은 최근 큰 변화를 맞고 있습니다. 사회적 기업을 인증제에서 등록제로 전환하여 많은 기업이 사회적 경제에 참여하도록 하거나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 선정팀을 대량으로 늘리는 등 사회적 경제 창업을 장려하는 방향입니다. 그 과도기에 있는 현재 사회적 경제 주체에 대한 지원정책은 직접적 방향에서 간접적 방향으로, 예를 들자면 재정지원에서 시장 조성 등으로 한 발 물러난 상황입니다. 정부의 모든 사업이 결국 예산이 주어지며 그 성과에 따른 평가가 이뤄지기에 지원 대상이 늘어나므로 지원 액수 자체는 줄어들게 되는 당연한 귀결입니다.


특히 사회적 기업의 등록제 전환은 '기술 기반 벤처'가 사회적 경제에 진입하기 쉽도록 하는 방향입니다. '기술 기반 벤처'는 문재인 정부의 국정 철학의 다른 핵심 축인 '혁신' 경제의 핵심입니다. 혁신을 통해 생산성 향상, 고부가가치를 실현하고 이를 사회적 가치로 환원해내는 기업을 육성하겠다는 방침입니다. 청년 창업가들이 '기술 기반 벤처' 창업을 많이 시도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사회적 경제를 통한 일자리 정책이 기존의 중장년층 대상에서 청년 대상으로 확대된 것이라고 해도 좋을 것입니다.


포용에 혁신이라는 동력을 달려는 시도는 좋으나, 과도기의 현실과 이상이 부딛히는 과정은 청년의 입장에선 썩 유쾌하지 않습니다. 현재도 많은 청년들이 기술 기반 아이템으로 사회적 경제 창업의 문을 두드리고 있으나 기술 기반 아이템은 그 자체가 일자리를 줄일 것이라는 편견을 넘기가 정말 어렵습니다. 각 지자체에서 이뤄지는 사회적 경제 진입을 전제로 하는 소셜 벤처 경연대회에서 기술 기반 아이템으로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고자 하는 청년들이 많은 좌절을 맛봤을 것입니다. 청년 대상 소셜벤처 사업을 따로 여는 지자체에서는 그나마 이런 청년들에게 또다른 기회가 주어지지만, 그렇지 않은 곳에선 사회적 경제로 기업을 시작하고자 하는 청년을 위한 기회의 문이 너무나도 좁습니다.


어차피 사회적 경제가 기술 기반 벤처를 포용할 예정이라면, 사회적 경제 창업경진대회의 심사를 맡은 사람들이 청년들이 많이 시도하는 기술 기반 창업에 좀 더 전향적인 자세로 나설 필요가 있습니다. 정부가 스마트 팩토리로 대표되는 혁신을 통해서도 포용적 성장을 이뤄낼 수 있다고 믿고 정책을 유지해나가는 현 상황에서 현업 종사자들 역시 이 정책을 따라야 합니다. 기술 기반이라면 사업계획서를 세심히 들여다보고, 사회적 가치 추구가 부족하다면 이를 더 장려하도록 사회적 경제의 선배로서 도움을 주는 방향으로 사회적 경제에도 혁신의 바람이 불어야 합니다. 혁신이라는 동력을 달고, 일반 경제 기업의 제품과 맞붙어도 승산이 있는 사회적 경제 기업의 제품만이, 사회적 경제를 통한 더 나은 세상으로 가는 길입니다.


-이종찬, <청년을지로>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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