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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을지로

혁신이라는 빛의 그늘 아래

최근 요기요의 배달의 민족 인수가 발표되면서 배달 산업의 독과점 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요기요의 자회사 배달통까지 고려하면 두 기업의 합병 후 시장 점유율은 사실상 100%에 이른다. 이를 과연 독점으로 봐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가 뜨겁고, 공정위에서 인수를 승인할지에 대해서도 아직 변수가 많다. 하지만 배달 산업이 이렇게 크게 성장한 이면에 존재하는 노동 문제는 이제 다루어도 이미 늦어버린 그늘인 듯하다.

기본적으로 중개 플랫폼 사업인 배달앱은 배달 직원을 고용하지 않는 형태의 단순 배달 중개업으로 시작됐다. 따라서 중화요리점, 치킨, 족발 등 대표적인 배달음식점은 배달앱 초창기부터 자체 의무배송을 실시해 오고 있었고, 이때는 자체 배달원이 고용이 유지되는 게 보통이었다. 하지만 배달앱의 수수료 부담 등 순이익이 줄어들고 고정비용의 지출을 줄이는 것이 일종의 유행이 되면서부터는 사정이 달라졌고, 제 3자인 배달대행업체가 시장에 자리잡기 시작했다. 최근 들어서는 신규 개업하는 배달 음식점이 자체 배달원을 고용하는 경우는 사실상 없다고 봐도 과언은 아니다.

배민라이더스와 요기요플러스의 경우에는 사정이 조금 다르다. 이미 배달 수요는 존재했으나 공급이 존재하지 않던 소위 맛집을 중심으로 플랫폼이 직접 시장을 개척했다. 서비스에 배달의민족과 요기요의 브랜드가 그대로 사용되며 배달원은 소속 회사의 유니폼을 착용한다. 계약 구조도 배달앱 본사>배달자회사>배달음식점>고객의 형태로 배달 서비스까지 배달앱 본사에서 책임진다. 배달비는 고객에게 부담되는 것이 원칙이고 기본 배달료도 3천원 이상으로 책정되는 등 기존 배달 시장과는 조금 차이가 있다.

쿠팡이츠와 배민커넥트, 지금은 국내 시장에서 철수한 우버이츠는 아예 완전한 중계 방식을 택하고 있다. 배달앱 본사>배달음식점>배달노동자>고객의 형태로, 배달앱은 각 배달노동자와 개별적인 프리랜서 계약을 체결하고, 배달을 알선하는 것으로 음식점과 고객 사이에는 배달 서비스를, 프리랜서 배달노동자에게는 건 당 수수료를 지급한다. 출퇴근의 강제가 없이 앱을 온라인 상태로 전환하면 센터에 의해 콜이 배치되는 방식으로 자유로운 노동이라는 이미지를 가지기 쉽지만 노동권 보호 면에서는 가장 취약하며 소비자 입장에서는 배달 서비스의 질을 보장받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배달 노동은 흔히 힘들지만 보수가 좋은 일거리로 언론에서 조명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이는 환상에 불과하다. 플랫폼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근무 시간은 대체로 오전 10시 부터 24시까지이며, 이 범위 내에서 계약에 따라 설정된 근무 요일과 시간을 채워나가야 한다. 풀타임의 경우 대체로 10시간 정도를 소화하며, 중간 휴식이 강제되지 않고 자발적 연장 근로가 자유롭기 때문에 하루 최장 14시간도 일할 수 있다. 휴일과 휴무일은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 연장근로 수당이나 주휴수당, 연차 또한 당연히 지급되지 않는다. 인력모집 광고에서는 최대 월 600만 원 정도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선전하곤 하지만 장시간 노동이 전제된다는 사실은 알려주지 않는다.

자잘한 자부담 비용과 수수료도 부담이다. 우선 배달비에서 총 10% 정도의 수수료를 센터에서 제한다. 보험료 또한 들어간다. 의무보험 외에 종합보험에 가입하려면 이미 보험에 가입된 사측 이륜차를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하루 당 렌탈 비용이 발생한다. 그나마도 종합보험에 가입할 수라도 있는 건 배민라이더스 뿐이다. 렌트한 이륜차의 정비는 대체로 무상이지만 근무 중 고장으로 발생하는 정비 시간은 그대로 본인의 근무 시간에 영향을 준다. 배달으로 발생하는 유류비도 본인 부담이며, 교통법규 위반으로 인한 과태료도 본인 부담이다. 배달 지연 등으로 고객이 환불을 요청하는 경우 등에도 배달 노동자가 이를 전액 배상해야 한다.

배달의 배정은 대부분의 업체가 경쟁콜(공유되는 리스트에서 가장 먼저 배달을 수락한 배달원이 배달하는 방식) 방식을 취하고 있으며, 배달료는 기본 3천 원에 거리에 따른 할증이 적용된다. 피크타임과 우천 시 등에는 어느 정도의 할증이 붙기도 한다. 하지만 악천후 시의 배달 속도 감소 등에 비하면 할증이 터무니 없이 낮고, 거리를 지도상 직선거리로 계산해 언덕이 많거나 커브가 많은 구간의 경우 배달료가 저평가되는 등 불합리한 점이 많다. 기본 3000원인 배달료도 넉넉하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각종 수수료를 제하면 시간 당 4건 정도의 배달 또는 장거리 배달을 해야만 시급 1만 원 수준을 보장받을 수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배달 노동자들은 여러 음식물을 한번에 묶음배달한다. 배달 플랫폼에서도 이를 막지 않는다. 이 경우 먼저 주문한 고객이 오히려 늦게 배달받는 등 소비자 피해가 발생하는 것은 물론, 촉박한 배달 시간 때문에 교통법규 위반을 저질러 위험에 노출되는 경우 또한 많다. 경력이 쌓여가면서 각자 자기만의 지름길을 몇 개 정도는 만들게 되는데 이는 안전이나 준법과는 오히려 동떨어진 것이다.

불합리가 있는 만큼 업무의 자율성도 실제로는 높지 않아 정해진 근무 시간을 준수하는 등 센터의 지시를 따라야 한다. 특히 배달 목적지가 외지고 경로가 복잡하며 묶음 배달이 불가능한 등의 이유로 배달 노동자들이 기피하는 소위 ‘똥콜’의 경우 수십 여 분간 콜이 수락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한데, 이 경우 센터에서 각 배달 노동자에게 직접 부탁해 콜을 처리한다. 표면적으로는 부탁이지만 이런 콜을 해결한다고 해서 주어지는 인센티브는 없거나 매우 적기 때문에 사실상 업무지시로 볼 수 밖에 없다. 이렇게 종속적 관계가 나타남에도 불구하고 계약 조건이 일방적으로 갱신되어 실제 급여가 줄어들거나 하는 경우도 잦다. 배달 노동자가 가지는 권리는 그저 ‘이 콜을 받을지 안 받을지’ 정도에 불과하다.



일하고 싶을 때 일할 수 있음을 강점으로 내세우는 쿠팡이츠와 우버이츠의 경우 처음에는 사정이 그나마 나았다. 배달 노동자를 끌어모으기 위해 배달비를 6천원부터 프로모션하기도 했고, 일 별 고정 인원을 모집해 시간당 15000원 이상으로 시급 보장제로 운영하기도 했다. 경쟁콜이 아닌 센터 배정 방식으로 주어진 일만 수행하면 되었고, 묶음 배달은 최대 두 개로 제한되었으며, 배달 단가가 높기 때문에 보다 안전한 운행이 가능했다. 하지만 우버이츠의 철수가 결정되고, 서비스가 어느 정도 무르익게 되자 상황이 달라졌다. 현재 낮이나 밤 시간의 배달은 요일과 지역에 따라 4000원 미만까지도 떨어진다. 시급 보장제는 10월 초를 마지막으로 찾아보기 어렵다. 대우가 나빠지기까지는 불과 반년도 채 걸리지 않았다.

더 큰 문제는 안전이다. 계약 시 산재보험의 신청 절차 자체가 없으며, 대부분 종합보험에 가입되어 있지 않다. 개인이 유상용 이륜차 종합보험에 가입할 경우 연간 보험료만 1500만 원을 넘어서는 고액이 요구되며, 보험사가 이유 없이 가입을 거부하는 경우도 있다. 이때문에 종합보험 없이 자차 배달을 하는 노동자들이 고가의 자동차 사고를 일으킬 경우 그 부담과 책임이 전부 노동자 본인의 부담이 된다. 배달대행업체의 경우 배민라이더스를 시작으로 종합보험을 도입하고 있는 것에 비하면 보다 개인사업자-프리랜서의 성격이 강한 쿠팡이츠의 문제는 해결되더라도 보다 오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지금의 배달 요금은 명백히 비정상적이다. 소비자에게는 치킨의 배달비 2000원조차 비싸게 느껴지고, 배달노동자의 입장에서는 배달 당 3000원을 받아도 노동의 양과 위험에 비하면 턱없이 값싸기만 하다. 배달앱의 사용이 배달 수요 자체는 증가시켰지만 고정 이용 비용과 수수료 등에 의해 음식점의 수익성이 악화된 것 또한 문제다. 당장 경쟁 마케팅을 위해 배달앱이 제공하는 각종 쿠폰과 무료 배달의 비용 또한 결과적으로는 배달 음식점과 배달 노동자에게 전가되어 왔음 또한 부정하기 어렵다.

현재의 배달 노동 환경이 비정상임을 이제는 인정해야 하고, 혁신으로 포장되어 오던 플랫폼 산업이 결국 자본소득의 극대화 모델에 불과함을 반성해야 한다. 더 나아가 공유경제라는 환상은 결국 유동성 낮은 자본에게도 소득을 창출할 기회를 주었을 뿐 노동자에게는 전업노동을 쪼갠 부업 노동, Gig 이코노미를 선사했을 뿐이라는 것이 지금 내릴 수 있는 냉정한 평가일 것이다. 고전적 경영 기업의 이윤 저하와 정규직으로 종사하던 노동 인력의 소득이 새로운 독점 기업에게 이전되는 것은 과연 장밋빛 미래일 것인가? 2020년이 밝아오는 지금이라도 고민해 보아야 한다.


(본 기고는 2019년 12월 16일 사단법인 오픈넷과 고려대학교 미국법센터의 주최로 열린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공유경제는 불평등을 해소할 수 있는가?’에서 토론 발표한 내용을 토대로 작성되었습니다.)


- 김환민 <청년을지로>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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