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기간에 코로나19로 인한 비상상황까지 겹치며 정부 여당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언론이 너무 적대적이라며 언론 지형을 문제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청년층에서는 20대의 보수화가 눈에 띄는 현실 속에서 언론이 중심을 잡아주지 못하고 있다는 불만이 큰 모양새다. 하지만 언론의 보도를 조금 더 깊이 들여다 보면 언론 지형, 즉 언론의 정파성 자체보다는 언론의 보도 수준에 더 큰 문제가 있다는 생각을 그만두기 어렵다.
우선 코로나 사태를 보면 당장 보도준칙이 지켜지지 않는다. 확진자의 밀접 접촉자를 인터뷰하는 식으로 취재진의 안전을 확보하지 못하고, 공적 정보를 다룸에 있어 대중이 정부 당국의 공식 발표를 이유 없이 신뢰하지 않고 부정하는 경우도 있다. 질병본부와 감염학회의 공식적인 의견은 단신 보도되지만 보다 정치적 집단인 의협의 성명은 비중 있게 다뤄진다. 정확한 보도보다는 빠르고 선정적인 요약에 더 집중하는 모양새 또한 보인다.
당장 조선일보를 보면 2월 16일 당시 30번 확진자의 가족으로 자가격리 대상인 가족을 인터뷰하기 위해 지침을 어겼고, 이후 인터뷰이가 확진됨에 따라 해당 기자는 밀접접촉자로 역시 자가격리 조치되었다. 확진자를 취재하려는 시도가 곳곳에서 있었고, 사망자가 발생한 이후로는 유족에 대한 인터뷰와 보도도 늘어나고 있다. 보도지침을 어기고 선정적 보도가 범람하며, 기자들의 안전조차 무시되기 일쑤이다.
비판이 아닌 비난으로 범벅인 기사도 많다. 중앙일보는 2월 15일 기사를 통해 ‘미국의 전세기 구출을 본 정부가 그제서야 일본 크루즈선의 한국인 구출을 검토한다’는 식으로 별다른 구체적 배경 이해 없이 정부 대응을 비난하는 데 그쳤고, 그 이전 1월 30일 해럴드경제는 사설을 통해 ‘일본과 달라도 너무 다른 우왕좌왕 정부’라고 역시 정부를 비난했다. 재밌게도 한 달이 지난 현재 한국의 대응은 국제적으로도 모범사례로 판단되는 반면 일본은 소극적 대응으로 거센 비판에 직면해 있다. 해당 보도와 사설에서 정파적 목적을 분리한다면 기사 본문 분량의 반 이상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통계 조작도 흔하다. 한국경제의 경우 2월 23일 ‘대구경북 지역에서 코로나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는 여론이 절반에 육박한다’는 헤드라인으로 기사를 송출했다. 하지만 실제 기사 내용을 보면 긍정 평가가 64%임이 명시되어 있고, 부정 평가는 35%에 그쳤다. ⅓ 정도인 35%를 절반에 육박한다고 묘사한 것이다. 이에 더해 ‘아직은 정부에 호의적이지만 확진자가 늘면 여론이 돌아설 것’이라는 근거 없는 견해를 제시함으로써 보도라기보다는 정파적 희망사항을 주장하는 데 그쳤다. 부정 평가가 더 높았으면 기사의 논조는 당연히 더욱 원색적이었을 것이다.
[한국경제 2.23]
수준이 해도 너무하다 싶은 보도나 사설도 많다. 매일경제는 2월 28일 자 사내 논설위원을 통해 ‘대구 사람들 참 점잖다’라는 사설을 발행했다. 사설의 내용 자체도 방역정책 상 접촉차단을 의미하는 봉쇄정책을 마치 대구를 물리적으로 붕쇄하겠다는 것으로 해석하는 고의적 오독에서 시작해 대구 사람들이 이걸 꾹 참으니까 궐기하지 않는다며 지역과 인내심의 관계를 조명하는 지역주의로 끝나기는 하지만 더 큰 문제는 다른 데 있었다. 사설 첫머리부터 대구 출신 지인들의 발언이라며 ‘점잖지 않노?’라는 문장이 사용된다. 대구 방언이라기에는 굉장히 어색한, 흔히 일베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을 조롱하기 위해 사용하는 말투이다. 이쯤되면 저 사설은 대구 사람들에 대한 모욕이다.
[매일경제 2.28]
정도가 다르기는 하지만 진보 언론이라고 자유롭지만은 않다. 한겨레는 2월 27일 기사를 통해 코로나 19로 인한 확진자가 하루만에 505명이 증가하면서 하루 증가 최대폭을 경신했다고 보도했는데, 어떠한 이유로 증가했으며 어떠한 영향이 있는지는 기사에서 전혀 설명하지 않았다. 이런 보도가 클릭수를 유도하는 것 이상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언론사는 스스로에게 자문해야 한다. 정부는 권력이므로 비판해야 하지만 언론은 자기비판에서도 자유로워야 한다는 말은 설득력이 없다.
이러한 언론의 자질 문제는 하루이틀 이야기가 아니다. 노동과 인권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국가기간뉴스통신사로 분류되는 연합뉴스의 작년 5월 22일 기사를 보면 리얼미터 여론조사를 근거로 ‘국민 3명 중 1명은 내년도 최저임금을 동결해야 한다’는 문장이 헤드라인으로 등장한다. 하지만 내용을 살피면 이는 응답 중 가장 많은 응답일 뿐, 전체적으로 보면 인상해야 한다는 의견이 과반수였다. 하지만 전체적인 추세보다는 단순히 ‘응답수가 많음’을 대표 의견인 것처럼 왜곡해 마치 동결이 주된 의견인 것처럼 정치적으로 곡해했다. 노출도가 가장 높으며 대중의 인식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헤드라인으로 기사의 정치적 의도를 선명히 드러낸 꼴이다.
통계에 대한 곡해를 넘어 그래프에 손을 대는 경우도 잦다. 막대그래프나 원그래프를 그리면서 실제 퍼센테이지와 이미지를 다르게 하는 경우는 이미 일상적인 수준이다. NEWS1은 1월 22일 기사에서 GDP 성장 둔화를 지적하며, 최근 10년간 GDP 성장률을 역시계열로 표현하는 실수 아닌 실수를 저질렀다. 이 언론은 2월 26일 기사에서는 대통령 국정운영평가 그래프에서 잘하고 있다와 잘못하고 있다의 색을 반대로 칠하는 실수를 또한번 저지르기도 했다. NEWS1은 거센 비난을 받은 뒤 그래프 내용을 수정하기는 했지만, 종편을 비롯한 수많은 언론들이 제대로 된 반성 없이 이런 잘못을 반복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NEWS1 1.22]
정부와 여당에 대한 건전한 비판은 필요하다. 견제 없는 권력은 병들고, 절대권력은 절대적으로 부패한다. 하지만 작금의 보도 수준을 보고 있으면 과연 견제가 없어서 병들고 있는 권력이 정부와 여당인지 아니면 언론사인지 의문을 금할 수 없다. 가짜뉴스를 그대로 받아쓰고 심각한 오보를 내고도 이를 제대로 크게 정정보도하지 않는, 스스로도 반성하지 않는 언론이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과 정파성에는 관대하다면 과연 살아있는 권력을 비판할 수 있을까?
더는 언론 지형의 문제나 정파적 갈등으로는 보기 어렵다. 본 기고에서 다루지는 않았지만 친정부 성향의 기사라고 기사의 품질이 담보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고품질 기사는 찾기 어렵지만 포털 사이트에서 ‘조회수 높은 기사’로 선정될 만한 원색적인 단신 기사들은 언제나 넘쳐난다. 자기 비판을 게을리하는 이는 남을 제대로 비판할 수 없다. 진실보다는 속보를 우선시하는 경쟁보도, 타 언론사의 기사를 베끼는 우라까이, 인터넷 커뮤니티의 반응을 바로 기사화하는 가십 경쟁, 선정적이고 적나라한 배너 광고, 돈만 내면 신천지조차 실어주는 광고성 전면기사, 권력에 꼿꼿하다면서 광고주인 대기업에게는 굴종하는 태도 등 언론은 지형이 기울어지기 이전에 이미 스스로 무너지고 있는 것이 아닐까.
-김환민 <청년을지로>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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