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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을지로

청년을 최저임금위의 당당한 주체로

2020년 최저임금을 결정하기 위한 짧은 일정이 마감되었습니다. 2020년의 최저임금은 사용자측이 제시한 8590원, 현재의 8350원에서 2.87% 상승에 그쳤습니다. 사용자측은 표정관리를 하는 분위기이고, 노동자측은 전원 최저임금위 위원에서 사임하였습니다. 최저임금이 결정된 뒤에 언제나 벌어지던 흔한 모습입니다. 최저임금이 많이 올라도, 적게 올라도, 동결되어도 저마다 불만이 없을 수는 없습니다. 단순히 우리 사회에서 한 시간의 노동의 최저 값이 얼마는 되어야한다는 것을 결정하는 자리가 경영계와 사용자측 사이의 모든 이슈가 튀어나오는 총력전의 장이 된 지도 오래 되었습니다. 하지만 최저임금이 과연 우리 사회 경제와 노동의 모든 이슈를 집어삼킬만한 자격이 있을까요? 최저임금이 너무 많은 사람들의 삶을 결정하게 되는 것은 큰 문제입니다.

최저임금의 핵심 정책대상은 시급에 최저임금만을 곱하여 급여로 수령하는 비율이 가장 높은 20대 청년 아르바이트 노동자일 것입니다. 이들이 주 15시간 이상 근무하였다면 주휴수당을 받는 것이 당연하지만, 안타깝게도 주휴수당은 당연히 받는 것이 아니라 투쟁하여 쟁취하여야 하는 물건이 되어있습니다. 주휴수당은 언감생심이고 이들의 노동 현장에서 최저임금을 챙겨주는 것만으로 감지덕지인 경우도 있습니다. 최저임금이 사실상 청년임금이고 최고임금이 된 것입니다.

최저임금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 사람들이 최저임금위의 노동자측에서 더 큰 목소리를 내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현실은 어떨까요? 노동자 대표 측 9자리 중 청년 몫으로 배정된 자리는 없습니다. 최저임금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 다른 집단인 비정규직, 여성의 자리도 없습니다. 단 배정된 자리는 없지만 실제로는 청년, 여성, 비정규직이 한 자리씩은 차지하고 참여하고 있는데, 이는 노동자측 위원을 나눠갖는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이 자신들의 자리를 나누어주기 때문입니다.

일견 아름다운 모습으로 보일 수는 있습니다. 조직률이 훨씬 높은 조직이 조직률이 낮은 쪽의 당사자성을 인정하여 시혜적으로 자신들의 몫을 떼어주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다르게 말하면 청년, 여성, 비정규직 등이 제 목소리를 온전하게 내지 못한다는 것을 뜻하기도 합니다. 배려받아 얻은 자리에서 자신들이 대표하는 집단의 목소리를 100% 내는 것은 불가능할 것입니다. 자리를 내준 쪽의 심기를 심하게는 거스르지 않게, 그들의 이익과도 부합할 수 있게 자기검열을 해야합니다.

이런 모습은 사용자측에서도 비슷하게 벌어집니다. 사용자 측에서도 최저임금 전선의 최전선에 놓인 당사자인 소상공인이 제도적으로 마련된 자리가 아니라 사용자측의 배려로 얻은 자리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일부 검열하며 내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노동계측이 소상공인 대표측에 구애하여 경제민주화를 관철시켜 소상공인의 최저임금 부담을 완화시키고자하는 노력이 물거품이 되었습니다. 노동계측이 소상공인과 함께 서서 경영계측의 착취적 경제구조를 타파하자고 해도 소상공인 대표 측은 함께하기 어려운 구조입니다.

이런 구조에서 양측의 상대적 소수 대표들은 각 진영 내부에서 그 나름의 착취를 겪습니다. 노동계측에선 산입범위 확대, 최저임금을 기준으로 하는 기본급의 n00%의 상여금을 받는 정규직들을 모두 짊어지고 가야하기 때문에 인상폭을 제시하는 데 더 큰 사회적 눈치를 봐야 합니다. 사용자 측에선 노동계와 함께하여 경제민주화로 경영측에서의 자신의 몫을 더 크게 가져가려는 소상공인이 피해를 보게 됩니다.

이들이 제도적으로 보장된 자신의 자리에서 자신의 몫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좋은 교섭은 같은 편이 한 목소리를 내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목소리를 내고 그 안에서 최대한 공통의 이익을 찾아내는 것입니다. 사실 이렇게 제도적으로 최저임금 전선의 당사자의 몫을 보장하여도 달라지는 것은 없을 수 있습니다. 청년, 여성, 비정규직은 그래봤자 노동자이고 소상공인은 그래봤자 사용자 측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바꾸면 결과는 같더라도 절차는 더 민주적이 될 것입니다.

최저임금위 결정구조 변경안은 이런 민주적 절차 보장이 반영되어있습니다. 하지만 임금구간 결정위와 임금 결정위가 이원화되므로서 사실상 현재의 공익위원이 제시하는 심의촉진구간이 임금구간 결정위가 되므로 반대에 부딛혀 2020년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구조로는 사용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도 바꿔서 똑같으면 바꾸지 못할 이유는 또 무엇일까요? 바꾸면 민주적 절차는 좀 더 제고할 수 있는데요.

앞서 최저임금이 너무 많은 사람들의 삶을 결정한다고 하였습니다만, 그렇기에 최저임금이 청년임금이라 주장하는 입장이라도 청년이 아닌 사람들을 배제하자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최소한 당사자들의 지위를 법적으로 보장해야 최저임금위원회에서 더 많은 목소리, 더 많은 가능성을 탐구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단일한 입장끼리의 극한 대치에서 공익위원의 선택에 따라 희비가 갈리기보단 당사자들의 이해관계에 따른 결정으로 최저임금이 정해지는 미래를 그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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