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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을지로

청년내일채움공제를 청년 노동자에게 돌려줍시다.

대한민국 정부는 청년지원사업으로 청년내일채움공제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청년내일채움공제에 처음 가입한 만 15세~34세 정규직 청년이 90일 이내 가입 시 2년 혹은 3년동안 300만원/600만원을 납입하며 근속할 경우 만기시 2년형의 경우 1600만원, 3년형의 경우 3000만원을 수령할 수 있습니다. 2년형의 경우 납입금의 5.3배, 3년형의 경우 5배를 수령할 수 있는 청년에게 아주 좋은 제도입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제도가 모든 중소기업 취업 청년에게 좋은 제도는 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이 제도가 태어나게 된 계기부터 짚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중소기업의 열악한 근무환경과 낮은 급여 등등 여러 현실적인 이유로 많은 청년들이 중소기업에 취직을 하느니 좀 더 스펙을 쌓아서 대기업에 취직하는 방향을 노리기 시작했습니다. 또다른 많은 청년이 공무원 시험에 매달렸습니다. 고도성장기에는 인기가 없던 공무원이 이제 급여가 좋지는 않아도 안정적인 수입을 보장하는 직장이 되었고, 그 직장을 잡기 위해 공무원시험에 정말 엄청난 수의 청년들이 응시를 하였습니다. 대기업이든 공무원이든 취직자가 몰리다보니 청년 개개인의 무직상태가 길어지고 청년 실업률이 악화되기에 이르렀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청년내일채움공제가 나왔습니다. 그렇다면 정책의도는 간단합니다. 중소기업에 취직해서 급여가 낮다면 급여는 어느정도 보전해줄테니 일단 일을 해달라는 거죠. 이 정책의 핵심적인 가치는 청년들의 자산형성, 대기업 취업자와의 임금격차 완화, 중소기업 정규직 취업/구인 촉진이어야 합니다. 하지만 앞서 말한 중소기업의 열악한 근무환경등은 해결되지 않았고 청년들은 그곳에서 청년내일채움공제에 가입한 순간 2년 혹은 3년짜리 사축, 회사가 기르는 동물이 됩니다. 중소기업의 열악한 근무환경이란 현실을 고치지 않고 그저 이 제도로 청년들이 열악한 근무환경, 때로는 인간의 존엄성을 위협하는 직장내 괴롭힘이나 성희롱 등이 만연한 곳에서 단지 2, 3년간 시쳇말로 '존버'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좋은 정책일까요? 돈은 돈대로 쓰고 생색은 제대로 못 내는 결과가 될 수도 있습니다. 현 시대의 청년층의 노동에 대한 가치관은 이전 세대와 좀 다릅니다. 자발적 프리랜서도 비자발적인 경우에 못지 않게 많습니다. 직장이 보수나 개인의 성장 둘 중 어느 쪽도 보장해주지 않는다면 그 직장에 미련을 갖지 않습니다. 그런 성향이 열악한 현실과 맞부딛힌 결과로, 어렵게 취직한 기업에서 청년의 3분의 2는 직장을 그만두고 평균근속연수는 18개월에 불과합니다. 어렵게 구한 직장에서 뛰쳐나가는 청년들에게 단순히 큰 돈을 줄테니 버티라는 것이 좋은 정책이라곤 할 수 없을 것입니다.


최상의 방법은 중소기업의 열악한 노동환경을 개선하는 것이지만 정부가 민간 중소기업 전체의 노동환경을 개선하는 적극적인 조치를 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정부가 청년내일채움공제의 원래 정책의도를 살리는 것은 의외로 간단하며 노동자가 열악한 회사를 피해갈 수 있는 방법은 있습니다. 심지어 비슷한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는 제도도 이미 있습니다. 퇴직연금처럼 회사를 이직해도 청년내일채움공제를 계속 이어나갈 수 있도록 하면 됩니다. 청년내일채움공제가 중소기업의 것이 아니라 청년노동자 개인의 것이 되는 것입니다. 어차피 청년내일채움공제는 중소기업 정규직일때만 적립되게 하면 전체 중소기업의 구인난 해소라는 취지 역시 훼손되지 않습니다.


물론 이는 일시적으로 평균근속년수의 하락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청년내일채움공제 때문에 직장에 묶여서 개인의 발전에 어려움을 겪거나 직장내 괴롭힘과 성희롱 등으로 인간의 존엄성을 위협받던 청년들에겐 구원이 될 것입니다. 중소기업은 청년내일채움공제에 기대서 안일하게 청년인재를 공급받던 타성에서 벗어나 청년 인재에게 더 좋은 노동 환경과 더 좋은 임금을 제시해야 할 것입니다. 청년내일채움공제가 기업의 손아귀를 떠나 온전히 개인의 것이 되는 것만으로도 이런 효과를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구조적으로 따져봐도 청년내일채움공제는 기업의 손을 떠나 청년 노동자의 것이 되어야 하는 당위성이 있습니다. 청년내일채움공제는 노동자, 정부, 기업이 납입하는 것으로 되어있지만 기업은 납입하는 것보다 더 많은 금액을 정부에게 지원받아 그 중 일부를 납입할 뿐입니다. 애초에 청년내일채움공제에서 기업은 청년 노동자로 인해 정부로부터의 혜택을 같이 보는 들러리일 뿐입니다. 그런 기업이 청년내일채움공제로 노동자를 묶어둘 수 있는 것은 결함에 가까울 것이고 이는 당연히 시정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종찬, <청년을지로> 편집장, 더불어민주당 전국청년위원회 청년을지로분과위 수석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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