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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을지로

경기도 프리랜서 조례와 프리랜서회의소 제안

최종 수정일: 2019년 5월 31일



2019년 5월 27일 경기도의회에서는 경기도 프리랜서의 공정한 노동환경 마련을 위한 정책토론회가 있었다. 프리랜서 조례가 청년인구가 가장 많은 광역자치단체인 경기도에서 만들어지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 프리랜서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노동과 고용에서 오는 위험부담을 피하고자 하는 기업들로 인한 비자발적 프리랜서가 있는 한편, 특히 청년층에서 소속에 얽매이지 않고 전문성을 통해 수익을 얻고자 하는 자발적 프리랜서도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해당 토론회에서는 앞서 프리랜서 조례를 만든 서울시의 사례와 경기도의 조례를 비교하기도 하였고, 한국에서의 프리랜서의 기원과 현황, 그들이 처한 위험과 생각해 볼 수 있는 해결책에 대한 언급도 이루어졌다. IT업계와 영상업계의 실제 프리랜서를 통해 프리랜서 현장의 목소리를 확인하였고, 프리랜서 조례를 만들기 위해 처음부터 함께해 온 청년유니온에서도 참석하여 조례가 실효성을 갖고 집행되기를 주문하기도 하였다. 해당 조례는 의원이 되기 전 프리랜서 노동을 하였던 신정현 도의원(기획재정위원회)이 발의하였고 해당 조례안을 처리하게 될 경제과학기술위원회의 두 의원이 참석하여 해당 조례안이 가지고 있는 잠재적 문제점과 개선방향을 살펴보기도 하였다.

해당 조례는 사실 청년 프리랜서 조례로 시작하려고 했다가 그 범위를 프리랜서 전체로 확대한 것이라고 한다. 사회초년생인 청년들이 프리랜서를 선택하는 것은 소수를 제외하고는 거의 자신의 의지가 아니라 기업이 고용으로 인한 리스크를 줄이고자 근로계약을 용역계약으로 대체하는 것이기 때문이며 비자발적 프리랜서의 증가추세에서의 가장 큰 피해자가 청년임에 주목하는 것은 합리적이다. 그런 조례안이 범위를 프리랜서 전체로 넓히는 것은 프리랜서와 사용자 사이 전체에서 나타나는 불공정 거래 관행을 개선하고자하는 차원에서 또한 의미가 있다.

해당 토론회에서 궁극적으로 내세우는 해법은 프리랜서 협동조합이었다. 지자체가 프리랜서와 사용주 사이의 공정거래를 지원해주는 것은 한계가 있고 기본적으로 사후약방문이 될 수 밖에 없다. 표준계약서를 작성해주는 것도 사기업에는 구속력이 없으며 프리랜서 표준단가를 만드는 것은 역차별의 소지가 있다. 사례발표자들 중 한 분은 합리적 단가기준을 붕괴시키는 프리랜서를 배제할 수 있는 플랫폼을 관에서 만들어 줄 것을 역설하였는데 이것은 관이 시장경제에 너무 깊숙하게 개입하는 것이 될 우려가 있다. 모든 문제에 대한 완벽한 해법이 협동조합이다. 프리랜서가 서로를 위해 일하고, 이익을 지켜주며 불의에 대응하는 것이다. 프리랜서도 기본적으로 사업자이므로 이런 것이 외형상 담합으로 비춰질 수도 있겠지만, 사실상 협상력이 크게 떨어지는 쪽이 협상력을 위해 담합하는 것은 오히려 공정거래를 위해서도 권장될만한 사항이다. 사실 비슷한 사례가 프리랜서가 아닌 노동자들 사이에선 이미 노동조합으로 존재하므로 이 사례를 잘 참조한다면 프리랜서가 불공정거래를 손도 못 쓰고 당하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협동조합이 궁극적 해답이라면 거기에서 오는 현실적 한계 또한 분명하다. 참조할 수 있는 사례가 노동조합이란 것부터, 한국 사회에서 노동조합 조직률은 12%로 아주 저조한 편이다. 내외적으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겠으나 근로계약으로 묶이지 않는 프리랜서의 경우엔 노동조합보다 훨씬 느슨한 연대가 될 가능성이 커서 그 협상력을 높이는 데 제한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 협동조합이 기본적으로 사회적 경제이며 우리 사회가 사회적 경제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것도 문제점이다. 사회적 협동조합은 그 활성도가 매우 낮은 편이라 그 협동조합을 이룰 잠재적 구성원인 프리랜서들에게 동의를 구하고 그들의 참여를 요청하는 데에 큰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필자는 궁극적 해답인 협동조합으로 가는 길의 중간단계로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노동회의소와 비슷한 프리랜서회의소를 제안한다. 모든 프리랜서가 의무적으로 가입하여 처우, 거래조건 등을 공유하면서 서로의 존재 그 자체가 경쟁자이지만 서로를 지키는 동업자임을 깨치게 하는 것이다. 프리랜서 협동조합으로 가는 길에는 서로가 서로를 지키는 경험, 그리고 그것이 아주 효과적이라는 체감이 꼭 필요할 것인데 프리랜서회의소는 그것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설령 프리랜서 협동조합이 활성화되지 못하더라도 프리랜서회의소는 프리랜서들에게 필요한 최소한의 연대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이 험난한 세상에서 프리랜서들이 서로 힘을 합쳐 불공정거래에 맞서는 모습을 기대해본다.


-이종찬(LeeJongChan@protonmail.ch) 청년을지로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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