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을 착취하는 사회와 사태를 악화시키는 언론-
대한민국은 코로나19 초기 발병 이후 바이러스를 분석하여 진단 키트를 만들고 감염자가 병을 퍼뜨리지 않도록 격리·치료하고 의심되는 사례에 대한 대규모 진단을 시행하는 등 감염병 조기 종식을 위한 노력이 빛을 발하여 한때 종식을 눈앞에 뒀다는 평가가 내려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전황은 신천지라는 특정 종교집단의 대규모 감염 사례로 인해 크게 요동쳤습니다. 신천지 대구교회와 연관된 것으로 의심되는 확진 환자가 폭증하며 감염병 관리 전략은 크게 수정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의학적으로 잘 통제되던 상황이 사회에 뚫린 구멍으로 뒤집힌 것입니다.
감염병에 대한 사회의 대응은 우선 집단 면역에서 출발합니다. 의학적으로 집단의 대부분이 감염병에 대한 면역을 가지고 있는 상태를 집단 면역이라고 합니다. 집단 면역이 형성되면 면역을 가지지 못한 소수도 감염병에 쉽게 걸리지 않으며, 걸린다 하더라도 전파가 쉽게 멈춰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습니다. 이것이 감염병에 대한 집단 면역이며 코로나19는 신종으로 이런 의학적 집단 면역은 현재로서 존재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감염병은 의학적 위기인 동시에 사회적 위기이므로 이에 대한 집단 면역도 논의할 수 있을 것입니다. 특정 사회는 여러 사정으로 돌보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으며, 이런 약한 고리가 많은 수를 이루면 큰 사회적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잠재성이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감염병은 산업화 이후로 개인의 면역력 뿐 아닌 고밀도로 집적되어 살아가는 도시 사람들이 이룬 의학 및 사회 양면의 면역력을 시험하는 것임을 감안하면, 이제야 신종 감염병의 본격적인 도전을 받고 있다고 해도 좋을 것입니다.
코로나19에 대한 의학적 대처, 투명한 진단 및 통계 공개와 최대한의 역학조사를 통한 감염원 봉쇄 노력은 신천지 31번 확진자의 등장 이후에도 전 세계에서 한국이 가장 뛰어나게 대처하고 있다고 여겨집니다. 하지만 감염병을 사회적 위기로 봤을 때 우리 사회의 집단 면역은 충분할까요? 사회적으로 취약한 청년의 입지가 바로 코로나19가 파고든 약한 고리입니다. 신천지 발 코로나19 케이스의 알려진 가장 이른 확진자인 31번 환자와 연관된 확진자가 주로 20대의 무직 혹은 사회에서 홀로 서기 어려운 수준의 평균 수입을 올리는 청년임은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중앙일보의 한 기사 ( https://bit.ly/2wSpxoS )에 따르면 신천지는 60%가 20대 청년이라고 합니다. 특히 청년의 고민을 함께하는 척 하며 사실상 그들을 착취하는 기성 세대가 존재하는 것인데, 이것이 그들의 비위생적 종교적 행위와 맞물려 대규모의 청년 감염자를 양산하게 된 것입니다. 초기 이후 워낙 많은 확진자가 쏟아져서 신천지와 연관된 감염자 중 20대를 비롯한 각종 취약계층 통계를 내는 것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이나 신도 중 60%가 20대이니 만큼 확진자도 20대가 다수를 차지할 것임은 쉽게 예상할 수 있습니다.
이 청년들은 사회적으로 소외된 피해자인 동시에 가해자가 될 수 있다는 아이러니 역시 존재합니다. 종교에서와 마찬가지로 사회적으로도 우리 사회는 20대의 바람직한 모습으로 활력을 기대하기도 하며, 이들의 취약한 지갑 사정 역시 병이 있어도 쉽게 쉴 생각을 하지 못하게 합니다. 자가격리를 할 경우 격리지원금이 나오지만 동거하는 가족 모두 자가격리의 대상이 될 수 있으며, 이것이 걱정되어 젊은 확진자의 적극적 자가격리가 어려울 수 있습니다. 이것이 병을 옮길 수 있는 적극적 가해라면 소극적 가해 역시 존재합니다. 대량 발병으로 인해 병상이 부족하여 위급한 확진환자의 경우에도 일부 자가격리 후 치료를 택할 수 밖에 없기도 하며 일부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는 이런 병상 부족으로 인한 자가격리 중에 발생한 것으로 의심됩니다. 이런 몇몇 의심 사례 발생 이후 보건당국은 경증환자는 자가격리를 우선하고 중증환자 우선으로 입원하게 하는 식으로 지침을 고쳤지만, 이 지침 역시 우리 사회의 다른 약한 고리에 취약할 수 있습니다.
감염병이 노리는 다른 취약한 고리는 언론입니다. 겅쟁적·자극적으로 마치 스포츠 중계를 하듯 매일 확진자 수만을 보도하여 그 수가 의미하는 진정한 의미에 대한 취재를 하지 않고, 정부가 중국인 입국을 막지 않아 일을 키우고 있다는 감염병 전문가가 아닌 이익단체인 대한의사협회의 정치적 발언을 그대로 인용하며, 정부의 보도자료를 비틀어 마치 지자체가 봉쇄되었고, 지역 내 병상이 꽉 찬 듯이 보도하여 감염 의심자가 다른 지역에 이동하여 감염시킨 뒤 확진 판정을 받아 감염병을 다른 지역으로 전파시키는 행위를 유도하는 등 감염병의 최전선에 있는 정부에 대한 불신을 키워 사태를 더 키우는 행위를 멈춰야 합니다. 질병본부와 중앙사고수습본부의 투명한 자료 공개 및 브리핑은 언론사 여러분이 그것으로 사익을 챙기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공공의 안전 및 신뢰를 위한 행위임을 고려해주셨으면 합니다.
이 외에도 많은 약한 고리가 존재합니다. 언론은 이런 약한 고리를 어루만져 사회적 위기에 대한 집단 면역을 향상시킬 의무가 있습니다. 청도대남병원의 정신병원 폐쇄병동의 대량 사망자를 놓고 정신병을 다루는 사회의 행태 및 제도적 절차에 의문을 제기할 수 있겠습니다. 확진자 동선으로 발표된 상점이 깨끗한 방역 및 소독 절차를 거쳤음에도 감염원인 것마냥 낙인이 찍히는 것에 대한 문제점 역시 제기할 수 있겠습니다. 청년 착취적 사회가 그로인해 어떤 대가를 치르게 되는 지, 신천지와 감염병의 주 타겟이 된 청년을 놓고 청년 착취적 사회에 대한 문제 역시 제기할 수 있겠습니다. 감염병 해결 및 후유증 수습을 위한 이런 내용을 다룰 실력이 우리 언론에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지금이 코로나19의 대유행을 막고 후유증을 줄일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위기의식을 갖고 취재에 임해주셨으면 합니다.
-이종찬 <청년을지로>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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