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8월, 박찬주 전 육군2작전사령관 대장 부부가 공관에서 사병이 마치 노예인 것처럼 갑질을 했다고 군인권센터가 폭로했다. ("전자팔찌 진짜다...GOP 유배까지" 공관병 추가 폭로) 이로 인해 그간 우리 사회가 쉬쉬하던 청년인 사병에 대한 군 장교의 착취 문제가 수면에 드러났고, 박찬주 전 대장 부부에 대하여는 형사고발도 이루어졌다.
최근 해당 사건에 대해서는 대장 본인에게는 2심에서 1심에서 인정됐던 뇌물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로 보고 부정청탁방지법에 대하여서만 4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하였다. 특히 검찰은 사실로 밝혀진 문제 행위들(기사)에 대해서 직권남용과 가혹행위를 무혐의로 보고 기소하지 않았다. 갑질이 형법상 의미 있는 행위로 입증하기 어렵다는 현실적인 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대한민국 청년의 절반인 남성 대부분이 거치는, 군대에서의 착취에 대해 법적으로 다퉈보지도 못한 이런 결정은 매우 실망스럽다.
이런 판결이 있은 뒤, 박찬주 전 대장은 신동아와의 인터뷰(기사)에서 군 대장 출신으로서 할 수 있는 최고 수준의 막말을 쏟아내었다. 그는 갑질에 대한 수사야 말로 사법농단이고 자신에 대한 수사가 즉 군대에 대한 탄압이며 군대 특히 육사 출신을 이렇게 다루면 예전같았으면 육사에서 폭동이 일어났을 것이라 말했다.
이는 민주국가의 군대 출신이 절대 해서는 안되는 말이다. 87년 민주화 이후 군대는 철저하게 문민통제가 이루어지고있다. 군대 계급과 공무원 계급을 어느정도 대응해 주는 것은 행정편의적인 악습에 불과할 뿐이며 아무리 계급이 높은 군인도 가장 하찮은 민간인에 대해 우위를 가지지 못하여야 한다. 하물며 87년 민주화 이후 군부의 지배에서 벗어난 지 33년 정도 된 나라에서 쿠데타 운운하는 데에는 관용이 없어야 한다.
사실, 육군사관학교는 문민통제에 그리 협조적이지 않다. 2012년에는 전두환을 비롯한 하나회 출신 내란 주모자들이 육군사관학교 생도들의 사열을 받은 일도 있었다. 법적으로 명백히 판단된 반란수괴에 대하여도 육군사관학교장의 판단에 따라 얼마든지 그 명예가 복원되는 것이다. 이 사건과 박찬주 전 대장의 막말은 육군 안에 아직도 전두환을 반란수괴가 아닌 정당한 대통령으로 인정하는 세력이 있다는 것이며 그들이 심지어 장교를 키워내기까지 한다는 것이다. 문민통제를 잊은 육사가 군의 기둥뿌리가 될 장교들을 오염시킬까 매우 염려된다. 언제 자신의 주인인 민주정부의 목덜미로 달려들 지 알 수 없는 것이다. 쿠데타는 우리가 아직 떨쳐내지 못한 그림자다. 군부는 세월호 침몰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여론 악화시 계엄령을 검토했다. 헌법재판소가 탄핵을 심판하는 동안에도 계엄령을 만지작거렸다. 그들이 계엄령의 결정권자로 내세우고자 했던 대통령 권한대행은 자유한국당의 당대표를 하고 있다. 쿠데타는 아직 사문화된 역사가 아닌 것이다.
군이 문민통제를 벗어나려 할 경우에는 단호히 응징해야한다. 육군사관학교는 갑질하는 대장, 폭동 운운하는 대장을 키워냈다. 갑질이 청년에게 해로운 것임은 말할 필요도 없으며, 폭동 운운도 자신들의 잘못된 야욕을 위해 청년들을 사지로 내모는 행위인 것을 생각하면 육군사관학교는 매우 청년에게 해로운 곳이다.
그러므로 제안한다. 육군사관학교를 지방으로 이전하고 그 자리에 청년 행복주택을 잔뜩 지어 청년특구로 삼자. 육군사관학교가 서울에 있을 아무런 이득도 명분도 없으며 심지어 선배들이 후배들의 반란을 충동질하는 곳이라면 오히려 지방으로 옮기는 것이 대한민국의 안보를 위해 큰 이득이 될 것이다. 육군훈련소와 국방대학교가 이미 논산에 가 있으며, 3군본부는 계룡대에 있다. 그 근처에 육군사관학교도 내려보내 군사 중요 시설이 모두 좀 더 안전한 곳에 위치하는 것은 안보적 가치도 클 것이다.
육군사관학교 이전으로 얻는 이득은 안보 뿐 아니다. 육군사관학교가 옮기는 이유가 청년유해시설이기 때문이라면 그 자리는 마땅히 청년을 위해 쓰여야 한다. 육사부지는 국유지로서 개발비용을 크게 아낄 수 있을 것이며, 그 자리에 청년들을 위한 행복주택을 잔뜩 세우면 청년들이 육사 이전의 실제 수혜자가 되게 할 수 있을 것이다. 행복주택에 대해 일반적인 주변 주민들의 반발의 이유가 청년들의 대량 임대 입주로 인한 부동산 가격 하락인 것을 생각하면 육사가 이전함으로써 주변 지역에 대한 개발제한도 일부 완화될 것이므로 주변 주민들에게도 큰 이득이 될 것이다. 또한 이는 서울시의 서울 균형발전정책과도 조화를 이룰 수 있다. 박원순 서울특별시 시장은 2018년 7월 23일부터 8월 18일까지 강북 옥탑방 한 달 살이로 강북문제를 몸으로 느낀 뒤 그동안 소외됐던 강북을 개발하는 서울 균형발전정책을 발표했다. 특히 서울 동북권은 그동안 개발에서 소외된 보상으로 서울아레나, 광운대역 역세권 개발 등이 추진되고 있다. 여기에 2제곱키로미터에 이르는 육사 부지에 청년행복주택과 무중력지대를 비롯한 청년친화 시설을 잔뜩 지어 공급한다면 서울 거주 여력이 없어서 서울을 떠나던 청년들을 서울에 머물게 할 수 있고, 그 청년들이 침체된 동북권에 활기를 불어넣어줄 것이다. 해당 지역이 주변에 이미 6호선 경춘선이 있고 경전철 면목선도 주변을 지나게 될 것도 큰 강점이다.
-이종찬 청년을지로 편집인(LeeJongChan@protonmail.ch)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