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전체회의에서 법정시한인 전날까지 경영계가 시간을 끌어오던 또 하나의 주제는 최저임금 월 환산액 표기 고시입니다. 현재 최저임금은 시급은 물론 주40시간 근무를 기준으로 하여 주휴수당을 포함하기 위해 월 근로시간을 209시간으로 한 월 최저임금액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경영계는 이런 표기 방식에 대해서 시급만 표기하자고 맞서왔지만, 표결에서 총원 27명 중 월 환산액 표시 찬성에 16명이 투표하면서 2020년 최저임금 고시도 월환산액을 표시하도록 되었습니다. 경영계가 최저임금을 시급만 표시하고자 하는 이유는 아주 간단합니다. 최저시급만 표시하는 것이 주휴수당이라는 것의 존재를 감추는 데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최저임금법이 보호하는 주요 노동자들을 고용하는 사용자의 경우, 주휴수당에 대해서 반대를 넘어 거의 적대감을 드러내곤 합니다. 아르바이트 구인구직 사이트인 알바몬이 TV광고로 노동자의 당연한 권리인 주휴수당에 대하여 알리자 알바몬에 대한 사용자측의 불매운동이 거세게 일어난 적도 있습니다. 주 15시간 이상 근로자에 대하여 최소 하루의 유급휴가를 보장하고자하는 제도인 주휴수당은 아르바이트 노동시장에서 본 의도와는 다르게 정말 많은 사용자를 범법자로 만들고 있고, 그런 현실을 밝게 비추는 월환산액표기는 사용자 측에선 정말 쏘아 떨어뜨리고싶은 태양일 것입니다.
월환산액 표기가 실제로 다루는 것이 주휴수당에 대한 문제라면 경영계측은 떳떳하게 주휴수당에 대한 문제의식으로서 안건을 제기해야 합니다. 실제로 최저임금위가 경영계와 노동자측의 당사자가 사회적 대화를 하는 흔치않은 정기적 기구이므로 여기서 이루어진 논의와 합의가 법적인 구속력은 없다 하여도 실제 국회 입법에는 경사노위와 마찬가지로 큰 영향을 끼칠 수 있습니다.
범법자를 양산하는 법이 있다면 현실에 맞게 수정할 필요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주휴수당을 없애는 것은 말도 안 됩니다. 현실적으로는 주 15시간 근로자가 아닌 모든 노동자에 대해서 주휴수당을 줄 수 있도록 최저임금을 일정 수준 이상 올려주되 주휴수당 제도 자체는 폐지하는 방향으로 가야합니다. 단 이는 경영계에는 명목 최저임금 인상이라는 눈에 보이는 불편함으로 다가올 것이라 실제로 주장하기엔 쉽지 않아보입니다.
그렇다면, 노동계측에서 경영계측에 주휴수당만큼 최저임금을 올리는 대신 주휴수당을 없애자고 주장하는 것은 어떨까요? 노동계를 대표하는 입장에서 주 15시간 미만의 노동자에 대하여도 주휴수당을 주자고 하는 것은 노동자 전체의 이익을 증대하는 일이므로 명분이 있으며 또한 명목상 최저임금이 인상되며 그에 연동되는 다른 수당들 역시 인상될 수 있으므로 실용적일 것입니다. 물론 주휴수당이 모든 노동자에 대하여 적용되게 되는 것이므로 주40시간을 다 채우는, 기타 수당을 받지 않는 노동자의 경우 주휴수당을 최저임금에 얼마나 녹여내느냐에 따라 약간의 손해가 발생할 수는 있습니다만 최저임금법이 가능한 많은 노동자들의 최소한의 수당, 최소한의 노동의 대가를 보장하는 제도임을 생각한다면 이는 감안할 수 있는 범위일 것입니다.
노동계에서 주휴수당을 최저임금에 녹이고 주휴수당을 없애자는 논의가 없었던 것은 아닌 걸로 압니다. 이 논의가 있었던 때는 주휴수당을 없애기엔 최저임금이 너무 낮았던 때지만, 최저임금이 몇년간 급격하게 올라왔던 것을 생각하면 지금이 주휴수당을 없애 명목 최저임금을 더욱 상승시키고 기본급을 증가시켜 각종 수당 증가, 급여체계를 단순화하여 최저임금 준수여부를 알아보기 쉽게 하기 딱 좋은 때일 것입니다. 주휴수당을 최저임금에 성공적으로 녹여낸다면 그 뒤론 월환산액 표기에 대해선 경영계측도 노동계측도 큰 관심이 없을 것입니다. 노사 모두 좀 더 솔직한 자세로 대화에 임했으면 좋겠습니다. 다음해 최저임금위원회에선 월환산액 표기가 문제가 아니라 사실 주휴수당이 문제라고 말해주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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