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위의 2020년 논의가 법정 기한을 넘어설 것이 확실해보입니다. 최저임금위 전체회의에 경영계가 업종별/규모별 차등 최저임금과 최저임금액에 따른 월 환산액 표기 폐지를 아주 강하게 주장했기 때문입니다. 실제 경영계는 이 안건에 대해서 시간과 상관 없이 계속 논의를 할 것을 요청했고 법정시한인 2019년 6월 27일 하루 전인 6월 26일까지의 회의는 이 두 안건이 집어삼켰습니다. 최저임금위원회 운영위원회에서는 이 두 안건에 대해서 결국 표결에 부칠 것을 결정하였고 차등 최저임금의 경우 총원 27명 중 찬성 10명, 반대 17명으로 부결되었습니다. 경영계측은 표결 그 자체에 반발하며 표결 후 회의장을 떠나 최저임금 법정시한인 6월 27일의 최저임금위 전체회의는 열리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 법적으로는 최저임금에 대하여 업종별 차등을 두는 것이 가능합니다. 실제로 감시 단속적 업무에 종사하는 노동자에 대한 최저임금은 다른 업종의 90% 수준으로 지급된 적도 있었습니다. 현재는 그 조항은 없어졌지만 업종별 차등을 가능하게 하는 조항은 여전히 남아있는 상태입니다.
이 가능성에 경영계는 줄곧 매진해왔습니다. 숙원사업이라고해도 과언이 아니지요. 차등 최저임금 그 자체가 절실한 것인지 아니면 차등 최저임금 제안으로 최저임금액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한 협상전략일지 몰라도 꾸준히 등장하는 문제였습니다. 사실 경영적으로는 차등 최저임금을 주장할만할 수도 있습니다. 단지 최저임금은 경영적인 필요만으로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정치적 이해관계가 얽혀서 결정되는 것이고 경영계는 매번 이 설득에 실패해온 것일 뿐입니다.
그렇다면, 차등 최저임금이 노동계의 입장에서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일까요? 최저임금법의 입법취지와 그 법이 보호하고자하는 노동자들을 따져보면 차등 최저임금은 오히려 노동계측에서 주장 가능하며 더 설득력이 있을 것 같습니다. 최저임금이 주로 보호하는 대상은 비정규직이고, 이들의 계약기간은 짧고 근로환경은 열악하며 고용안정성마저 매우 불안합니다. 비정규직으로 고용되는 일이 많은 청년층의 경우 취업난으로 인해서 이런 일자리도 경쟁률이 높고, 그로인해 현실적으로는 최저임금이 최저선이 아니라 최고임금으로 작동하는 일이 종종 일어납니다. 최저임금법이 가장 잘 지켜져야하는 노동자가 최저임금법의 사각지대에 가장 많이 놓여지게 되는 것입니다.
한국 노동시장에서는 이상하게도 비정규직이 정규직에 비해 불안한 고용에 놓여있음에도 급여마저 정규직에 한참 못미칩니다. 비정규직은 근로복지 등등이 챙겨지지 않는 대신 수당을 더 받아야함에도 실제로는 그렇지 못합니다. 계약기간에 따라 고용안정성과 수당이 반비례관계로 나타나야함에도 그렇지 않은 것입니다. 이 부분을 최저임금법이 채울 수 있습니다. 계약기간이 짧은 근로자에 대해선 최저임금의 일정액을 할증하여 제도적으로 고용안정성과 수당의 교환장치를 만들어 주는 방식입니다. 예를 들어, 1년 계약 노동자에게 최저임금을 지급한다면 3, 6개월 계약 노동자의 경우엔 10%, 20%씩 할증하여 주는 것이 가능하겠습니다. 사실상 단기 노동계약의 경우 경영계에 핸디캡을 주는 제도입니다. 이런 제도를 통해서 법이 단기근로계약에 대해 특별한 보호의지를 드러내고 고용안정성과 수당이 교환관계에 있음을 분명히 하는 것이 경제정의에도 부합할 것입니다.
단, 이런 방법이 당장 시행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예상되는 부작용으로는 아예 노동이 아니라 도급 혹은 용역계약으로 노동자를 사용하는 경우나, 1년 계약 후 실제로는 빨리 해고해버리는 경우가 있겠습니다. 실제계약기간을 잘 안 지키는 경우엔 진정을 통하여 할증 최저금액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 역시 제도적 보완이 가능합니다. 노동자를 용역 도급으로 사용하는 경우는 실제 근무를 따져서 노동자성을 인정받아 구제받는 방법이 노동자에게 있을 수 있겠으나, 더 근본적으로는 용역 도급 계약을 함부로 맺지 못하게 해야 합니다. OECD에서는 회원국들에 노동자에 대해 용역 도급계약을 맺는 것은 잘못된 것이고 이것을 고치라고 권고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단기계약에 대한 할증 방식의 차등 최저임금을 고려한다면 이런 풍선효과는 꼭 제도적으로 방지하고 넘어가야하는 숙제일 것입니다.
-이종찬, <청년을지로> 편집장, 더불어민주당 전국청년위원회 청년을지로분과위원회 수석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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