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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을지로

상호 이해를 통해, 만들어진 젠더 갈등을 넘어 평등사회로

최근 대림동에서 취객을 제압하던 남여 경찰관의 영상이 인터넷에 공개되면서, 여성 경찰관의 자질이 논란거리가 되는 일이 있었죠. 여성 경찰관이 마치 맥을 못 추는 듯한 영상이 공개된 후, 경찰청 측에서 전체 영상까지 공개하면서 제대로 대응했음을 적극 해명했는데도 불구하고 이번에는 ‘제압 상황에서 시민 협조를 요청한 건’이 비난의 도마에 오르기까지 했습니다. 치안 유지를 위한 공무 집행을 ‘촬영하는’ 것은 국민의 알 권리에 해당하고, 영상을 편집해서 여성의 직무수행 능력을 폄훼하는 것은 공무에 대한 방해가 아니지만, 공무 수행 중 시민의 도움을 요청한 것은 자질 문제라는 논리인데, 전문가들의 공감까지 사기엔 어려운 주장이었죠.

현재 한국 사회는 남성과 여성의 젠더 갈등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고 지적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단순한 갈등이라기보다는 여성의 인권이 조명되면서 남성들의 불만이 백래시(backlash, 사회 정치적 변화에 대해 나타나는 반발 심리 및 행동)로 나타나는 비중이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여성 채용의 증가가 어떤 결과로 나타나는지, 성별 균형을 맞추는 정책이 과연 여성에게만 유리한지 정확히 따져보는 여론보다는 그저 단편적인 추정을 통해 찬반을 논하는 경우가 많은 것도 사실입니다.

실제로 경찰청 등 치안 당국의 자체 연구에 따르면 직무수행에서 남여가 조를 이루는 경우, 남성이 신경을 기울이기 어려운 데이트폭력, 스토커, 여성 주택 불법침입, 성범죄 등의 치안 유지에 도움이 되는 등, 단일 성별만으로 이루어진 조직에서 나타날 수 있는 시각의 협소화를 해결할 수 있는 등 장점이 많은 것으로 나타나며, 성별 균형 채용 정책 또한 공무원 조직과 공사 등에서 여초 조직에 남성의 채용이 확대되는 결과를 낳기도 하지만 남성들이 주류를 차지하는 커뮤니티에서 이런 이야기를 찾아보기는 어렵습니다.

오히려 극심한 여초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교사 임용과 관련해서는 교육대학의 성별 할당제를 넘어 임용 시에도 성별 쿼터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임용 준비생들이 많은 커뮤니티에서는 이와 같이 남성 임용 할당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하면서도 최근 문제가 된 교육대학 성범죄 남학생들에 대해서는 좀 더 온정적인 해석을 하는 누리꾼들이 있어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했지요.


물론 여성의 평균적 체력이 남성에 비해 뒤쳐지기 때문에 체력검정에 관해서는 여성에게 유리한 면이 있어 보이는 것도 사실이지만, 이는 국방의 최전선에서 일하고 있는 특전사 여군부사관 채용 시에도 마찬가지입니다. 관련 기관들에서는 시험 시 체력 조건을 빡빡하게 보기보다는 임용 후 직무 훈련을 통해 기능을 향상시키고, 승진 심사를 통해 능력을 관리하는 편이 다양성 있는 인재 채용에 유리하기 때문에 전반적인 체력검정 기준이 강화될 필요는 없다는 입장을 내비치기도 하죠.

여성의 ‘무능’이 강조되어 보이는 것 또한 공고한 여성차별과 남성중심주의적 사회 분위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습니다. 여성의 실수는 보다 다수에 의해 감시되고 있기 때문에 보다 더 자주 논란거리가 되며, 이는 마치 검거율과 보도율이 올라간 상황을 치안이 악화된 것처럼 느끼듯 대중에게 편견을 심어줄 수 있다는 겁니다. 남성의 실수는 개인의 실수로, 여성의 실수는 여성이라는 집단 전체의 실수로 취급된다는 지적 또한 부정하기 어려운 객관적 증거가 많습니다.

문제에 대해 인지하면서 계속해서 자신의 통념을 바꾸려는 시민의식이 부족하다는 점도 지적되고 있습니다. 위에서 언급한 대림동 사건에서처럼, 큰 문제 없이 직무를 수행했음에도 불구하고 불특정 다수에 의해 사회적으로 채증되어 여성혐오적인 여론 속에 재생산되는 경우, 아무리 행정 당국과 동료 경찰관들까지 나서 해명을 해도 이미 마음을 정해버린 대중은 자신의 판단을 번복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기서 짚고 넘어가자면, 많은 오해가 있지만 ‘여성혐오’는 여성+혐오가 아닙니다. 여성혐오는 여성성에 대한 사회적 멸시와 배척을 일컫는 영어의 misogyny를 번역한 말로써, 여성+혐오가 아닌 여성혐오로 인식해야 합니다. 여성의 신체를, 여성적인 것으로 분류되는 여러 성격적 특징(조용함, 사려깊음, 결정에 지나치게 신중함, 모성 등)을 낮잡아 보는 것 또한 여성혐오가 되는 이유입니다. 반면 여성이 어머니, 주부 같은 기존 성역할에서 탈피하려고 할 때도 여성혐오는 기능합니다. 어떤 특정 직업에 여성이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거나, 여성에게는 리더의 자질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면 이또한 여성혐오입니다.

여성혐오의 대척어로 ‘남성혐오’를 예시로 드는 경우가 많지만, 남성혐오는 원칙적으로 기능하기 어렵습니다. 훤칠한 비례를 가진 남성의 근육질 육체, 대범하고 진취적이며 자신감 넘치는 태도 등 ‘남성적’으로 간주되는 특징들은 굉장히 긍정적으로 취급되고 있습니다. 워마드 등에서 시작된 남성에 대한 혐오 시도가 결국 성별만 남성인 장애인, 성소수자, 빈곤층, 어린이 등으로 향한 것도 결국 남성성의 부족함을 공격의 대상으로 삼아야 했기 때문입니다. 남성중심사회에서 남성성이 결락된 남성이 ‘계집애 같다’며 공격당한 것과 같은 맥락인 것이죠.

최신 여론과 담론을 구성하는 최전선은 인터넷입니다. 하지만 그만큼 정제되지 않은 밈(meme, 인터넷 상의 유행어로써 특정 상황에 대한 가치판단이나 논리까지 포함하여 재밌게 표현하는 것)이 이용되는 경우도 많고, ‘왜 자기 일도 아니면서 그렇게 불만이 많고 불편해?’라고 말하면서 정작 자신은 (공시생이 아니라면) 자기와 별 관계가 없는 공무원 성별 문제나 5.18 유공자 문제 같은 데 열을 올리며 사회적 공정함이 결락되어 있다고 공분하는 경우가 많은 것도 사실입니다. 우리는 잘 알지도 못하는 일을 관성적으로 코드로만 받아들이고 이해해 지나치게 자기 일처럼 억울해하게 되었는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차별과 혐오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여성혐오는 과거이자 현실이고, 남성에게 남성적일 것이 요구되는 것 또한 과거이자 현실입니다. 유튜브에서는 시도때도 없이 가짜뉴스가 흘러나옵니다. 이제 우리가 민주적 토대 위에서 성별이 서로 평등할 것을 이야기하고 꿈꾸려면 성별에 기인한 편견과 억압을 인정하고, 내려놓을 건 내려놓고, 잘못된 판단은 빠르게 인정하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단순히 지금 내가 취업이 급해서, 지금까지 경험해 온 사회와 이제 변하고 있는 사회가 너무 다른 점에 쉽게 적응이 안 되어서, 지금까지 불이익을 당하고 살아온 세월이 너무나도 억울해서 각자의 이야기만 하기에는 우리가 헤쳐나가야 할 미래가 너무나도 무겁습니다.


-김환민 청년을지로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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