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장래희망 – 공무원
‘공시족’이라는 용어가 있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들을 가리키는 말이며 취준생 10명 중에서 4명이 공시족이다. 문제는 공무원시험에 합격하는 비율은 1.8%에 불과하니 시험에 통과하지 못한 나머지 98.2%는 다시 시험을 준비한다. 현실이 이렇다보니 삼수, 사 수는 흔한 일이다. 공무원이 이렇게 청년세대에게 인기있는 직업으로 떠오른 것은 다름 아 닌 그들이 직업을 선택할 때 ‘직업 안정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세대마다 직업을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요소가 변하는데 현재 청년들에게는 월급이 많고 적음보다 오히려 적은 월급이라도 언제까지 그 월급을 받을 수 있는지가 중요한 것이다. 청년들의 이런 생각은 흔히 기존세대의 질타의 대상이 된다. 흔히 ‘젊은이들이 도전적이지 못하고, 진취적이지 못하다.’, ‘요즘 젊은이들은 게을러 놀고 먹는 것을 좋아한다.’ 등의 말로 공무원을 꿈꾸는 청년들을 비난한다. 정말 청년들이 게으르고 도전적이지 못해 공시족 을 택하는 것일까?
위의 표에서 알 수 있는 것은 우리사회의 경제적 상황에 따라 세대별로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현재의 90년생은 과거 경제적 큰 사건들로 인해 우리사회가 변형되고 구조화된 영 향을 받고 있고 기업들의 대규모 신규채용이 줄고 비정규직이 당연시되는 노동현장에서 도 전적이고 진취적으로 꿈을 꾸기에는 생존을 위협받는다고 느끼는 것이 당연할 것이다.
본래 사회 경제 시스템에서 계층은 에스컬레이터형 구조가 되어야 한다. 사회 첫발을 내 딛는 사회초년생은 기업에 입사함으로써 이 에스컬레이터에 탑승하게 되고 어느정도 자연스 런 시간이 지나면서 에스컬레이터에서 벗어나지 않는 이상 계층이동이 자연스럽게 되어야 한다. 그런데 현재 청년들은 에스컬레이터가 아닌 유리계단 앞에 서있게 되었는데 그 이유 는 1997년 IMF를 겪으며 사회의 계층이동 구조가 바꿔버렸기 때문이다. 이철승 교수는 그 의 논문(세대, 계급, 위계: 386 세대의 집권과 불평등의 확대)에서 이 부분을 지적하면서 특정 세대가 사회이익을 독점했기 때문이라고 해석한다. 그가 말하는 특정 세대는 바로 민 주화 세대, 386세대를 가리킨다. 이 세대는 60년생으로 IMF가 왔을 당시 기업의 중간관리 자 직급에 있었다. 기업은 IMF를 겪으며 급여를 많이 받는 임원급을 가장 먼저 퇴사시켰고 이들이 50년생이었다. 한편으로는 긴축운영을 한다는 명분으로 신규채용을 대폭 감소하거나 아예 하지 않게 되었는데 이 때 피해를 입은 주 세대가 70년생이다. 누구도 예상하진 않았 지만 IMF 상황은 60년생의 기업에서의 독자 생존을 가져왔고 이때부터 50년, 60년생과 정 반대의 사회, 경제적 이득을 독점하게 된다. 이들은 기업에서 안정적으로 살아남았기 때문에 다른 세대에 비해 안정적인 소득을 누렸고 안정적인 소득은 그들의 정치, 사회적 위치를 더 욱 견고하게 하였으며 자연스러운 네트워크를 형성하게 했고 이 네트워크 안에서만 사회적 기회와 이익이 공유되어 독점되는 현상이 일어나게 되었다고 설명한다. 따라서 현재 청년들의 공무원이 장래희망인 현실은 그들이 게으르거나 도전적이지 않아서 가 아니라 앞선 세대들이 만들어놓은 사회구조에서 자연스럽게 나타날 수밖에 없는 결과라 는 점을 인식해야 할 필요가 있다.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 이런 구조는 서 서히 바꾸어 가야 현재 청소년, 어린이 세대가 사회 첫발을 내딛는 시점에 공무원을 목표로 하는 세태가 조금이라도 줄어들게 될 것이다.
2) 각자도생
음식점에서 ‘혼밥’을 하고 심지어 ‘혼술’하는 청년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이전 세대의 정 서에서 혼자 밥을 먹는다는 것은 웬만한 강심장이 아니면 하지 못할 만큼 다른 사람들의 눈 치를 많이 보아야 했다. 하지만 청년들에겐 일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혼밥과 혼술을 즐기는 현재의 청년들은 기존 세대에 비해 눈에 띄게 연대하지 못한다. 또한 기존 세대에 비해 사회문제, 공공의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는 부분이 적다. 그들이 자라온 환경이 가정에 자녀 한, 두 명만 낳아 원하는 것 다 들어주며 오냐오냐 길러졌기 때문일까? 물론 그들이 태어나고 자란 가정적인 배경도 무시하지는 못할 것이다. 그러나 현재의 청년들은 이미 그 들의 주된 목적은 ‘생존’이라는 단어로 표현된다. 이는 다른 세대에서 청년을 대표하는 단어가 저항, 반항, 자유, 도전, 모험, 정치적 열정 등인 것과 비교된다. 현재 청년 들에게 주 관심사는 ‘살아남는 것’이다. 이것은 단순히 ‘이기적이다’라는 개인적인 성향을 넘 어 이 사회 구조에서 청년세대에 심겨진 DNA와도 같은 것이라 할 수 있다.
우리사회는 386세대가 민주화 운동을 하던 때, 청년들에게는 ‘민주화’라는 공동의 열망 이 있었다. 그 당시 여전히 가난을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던 시절이었음에도 청년들은 배를 채우는 것보다 정치적 민주화를 이루는 것에 목숨도 아끼지 않았고 공동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연합했다. 지금의 청년들과 그때의 청년들은 무엇이 다른 것일까? 세대의 설정된 목표 가 다르다. 정치적 민주화는 혼자서는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도 이룰 수 없는 것이기에 세대 적인 연합을 통해 거대한 힘을 형성하고 움직여야 했다. 그렇지만 생존은 어떤 면에서 이와 는 반대 전략이 필요하다. 연합보다는 경쟁이 필요하고 경쟁에서 승자가 되어야 생존이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386세대는 60년도에 태어나 68년부터 80년까지 12년간 교육을 받았다. 이때 우리나라 의 상황은 6.25전쟁의 아픔이 여전하여 공산당에 대한 이념교육이 이루어졌고 실제 교련이 라는 과목을 통해 군사훈련도 받았다. 이들의 집단 DNA는 한 마디로 이념과 사상이었고 독 재정치는 이들의 DNA를 깨어나게 했다. 이에 비해 90년도에 태어난 청년들은 98년도에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이후 12년동안 교육을 받았다.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가 꽃을 피우다 못해 그 부작용으로 인해 허우적거리는 시기에 아동기와 청소년기를 보낸다. 이때는 이미 우리사회는 시장경제의 논리에 완전히 젖어있었고 약육강식, 적자생존이 당연한 이치로 받아 들여졌다. 1등만이 살아남는 시기에 90년생들은 아동기와 청소년기시절을 보냈기에 저들에 게 새겨진 집단 DNA는 생존이 되었다. 단순히 20살이 되어 사회의 첫발을 내딛었는데 내 가 설자리가 없어서 생존이 주된 목적이 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그 이전 사회 경 제적 배경속에 어떤 교육을 받아왔는지가 세대의 DNA를 결정하는 주요한 요인이 된다고 보여진다.
-전여주 청년을지로연구소장, 더불어민주당 청년을지로분과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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